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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 K, 질문을 던짐으로 다른 이를 깨우치다. (2)

관습 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 내려와 그 사회 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

Convention - the way in which sth is done that most people in a society expect and consider to be polite or the right way to do it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사안이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하다면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치명적인 악습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절반은 그런 버릇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어떤 작가는 확정된 결론은 깊은 잠에 빠진다.고 말했다.” -- J.S.밀의 자유론 중에서

 

지난 주에 읽은 저 책의 내용을 보면서 밑줄을 그으며 끄덕거렸습니다. 충분히 공감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란 참 우습습니다.— 나에게는 대입되지 않는 다는 자신감으로 저 교훈을 쉽게 잊어버릴 뻔 했었는데 저 글귀를 기억할 만한 일화가 생겨서 공유합니다.

 

잠깐 그 일화를 공개하기 전에 군대에서 있었던, 너무 비 합리적이라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말씀 드립니다. 저는 해경 출신인데 축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해경 부두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축구를 하다가 공이 바다로 가면 영영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이 빠지지 않게 공이 나가면 빨리 뛰어서 공을 가져 와야 합니다. 그런데 공이 나갈 때마다 막내 이경이 10명이면 10명 전부 뛰어 나갔습니다. 그 광경이란 지금 상상해도 웃음이 납니다. 저 멀리서 수경이 미친 놈들아! 멍청한 놈들아! 한 명만 가면 되잖아! 한 명만 가라고!” 계속 말합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공이 누군가의 손에 들리기 전에는 무조건 뛰어야 합니다. – 동기 중 한 명이 이것을 어겼다가 일경에게 맞았습니다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일이 굉장히 희극적인 이유는 지키는 사람도, 지키라고 하는 사람도 모두 그 관습이 불합리하고 옳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아주 열심히, 온 맘과 정성을 다해 그 관습을 지킨다는 것과, 당한 사람이 고참이 되면 그 관습의 열혈한 수호자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지요.

이 일화는 그냥 웃음을 드리려고 쓴 이야기이고 -- 재미있었나요? --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와는 멀리 동떨어질 수 있습니다. – 군대의 이야기를 현실의 예로 들기에는 그곳이 너무 멀리 있습니다. –

 

최근의 재미있는 일은 이겁니다. WPF 프로그래밍을 하던 동료 중 한 명이 첨부 프로퍼티만을 선언하는 객체는 굳이 DependencyObject를 상속받지 않아도 괜찮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에이, 그럴리가~ 무조건 DependencyObject를 상속해야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 그렇게 써왔기 때문에 바로 그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옳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존 프로퍼티를 소유하는 객체가 반드시 DependencyObject를 상속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왜냐면 의존 프로퍼티의 Value 결정(상속, 스타일링, 바인딩과 연동하여)을 최종적으로 담당하고 진정한 의존 프로퍼티에 해당하는 Value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DependencyObject만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SetValue, GetValue를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첨부 프로퍼티는 그 Value의 소유를 자신이 아닌 다른 DependencyObject 객체에 위임하기 때문에 첨부 프로퍼티만을 선언하는 객체는 의존 프로퍼티의 Value의 소유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DependencyObject를 상속받지 않아도 잘 동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종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동료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무언가에 대해 과감히 질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질문의 힘은 과연 위대합니다. “왜 그럴까?, 정말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은 진실로 진실에 다가가게 해주며 그로 인해 대상의 본질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염세주의자의 냉소만큼의 가치만을 지닐 뿐이겠지요. 질문을 했으면 탐구와 실험을 통해서 결론을 내고 그 결론을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는 용기와 풍요로운 마음을 가져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효용효율이라는 가치가 우리 삶에서 점점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함에 따라 이런 것에 대해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은 멍청한 일처럼 보입니다. 확실해 보이는 특정 정보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자신이 모르는, 하지만 남들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다른 정보에 대해 하나 더 아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궁극적으로 그것이 나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란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더 많은 지식의 축적을 위해, 효율을 위해 사람들은 기존의 암묵적인 옳음에 대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습니다. 단지 권위 있는 타인에게 의지하므로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하는 것이지요. 결국에는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마저 다른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기준에 자신을 검열하고 맞춰 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빠르게 정보를 익히고,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둥글게 하고,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그리고 그에 맞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사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합의한 성공과 행복에 대한 소중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로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Yes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비극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발자로서 다가가는 장벽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미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적분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약간의 논리적인 생각과 가벼운 덧셈과 뺄셈만 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새로운 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어떠한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 능력이 없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런 질문 없이 남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만으로 만족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적어도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출발했으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그 생각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 봐야 하겠습니다. 개발자에게 있어서 자고로 코드의 Copy & Paste보다 무서운 것은 무조건 적인 생각의 Copy & Paste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맙시다.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효용과 효율이란 가치를 우두머리로 삼아 권위라는 공포와 무관심으로 살찌워진 게으름으로 자신도 모르게 행하는 생각의 Copy & Paste를 이제는 멈추고,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열망으로 시작되고 열린 대화와 진정한 토론으로 움직이므로 능히 과거를 넘어서고도 남을 수 있는 더욱 더 멋진 일들을 이루어 가도록 합시다.

부디 여러분도 K가 되어 다른 이를 깨우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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