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장에는 체리 신드롬 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이것은 19금 인데요, 대부분 그럴 듯해 보이는 책들과 뭔가 철학이 있을 것 같은 책들 가운데 끼어있는 이 이 책은, 굉장히 놀랍습니다. 왜냐하면 이 만화가 '금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받아들여 질 수 없는 금기를 하나도 아닌 두 가지를 짬뽕해서 굉장히 묘하고도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 이야기가 뭐 더럽다거나, 몹쓸 일이라거나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예전 아다치 미쓰루의 만화,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데 그것도 이와 비슷하게 '금기'를 소재로 삼고 있었습니다. 바로 아버지와 딸의 사랑을 다루었는데요, 물론 친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만화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서사가 조금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우린 "롤리타"라는 유명한 소설도 알고 있는데요, 이 소설도 제겐 좀 별로였어요. 그 주인공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더군요. 그 자식은 변태에요. 난 도저히 그와 하나가 되어 이야기를 읽어 나갈 수 없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체리 신드롬의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말도 안될 법한 이 설정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흘러갑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즐겁습니다. 캐릭터는 어떻습니까? 평범한 남성을 대표하는 듯 보이지만 강단 있고 멋진 남자 주인공, 너무나도 섹시하고 매력적인 그의 여자친구, 어려지는 병에 걸려 초등학생의 외모를 가진 귀엽고 또 귀여운 또 하나의 여자친구. 모두들 사랑스럽고 생기가 넘칩니다.
일부일처제의 사회에서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의 트라이앵글 같은 사랑, 그리고 3명 간의 섹스, 그리고 롤리타. 이것은 금기입니다. 이런 것들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면 안돼요.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이야기와 함께 있을 때 있을법한 일로 변해버립니다. 우리가 흔히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다 라는 말을 하죠?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우리는 남의 불륜을 보면 그 단어 그 자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떠올리고 그 사람들을 도덕적인 잣대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불륜은 그 단어 그 자체로 읽히지 않거든요. 그것은 그 단어 뿐 아니라 자신이 놓여진 여러 가지 상황과 맥락, '이야기'속에서 읽혀집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로맨스 인 것이지요. 그것은 그 자신에게 도덕을 뛰어넘는 참 사랑의 경험이 될 수 도 있게 됩니다. 그것이 이야기, 서사가 가지는 힘입니다. 맥락과 상황 안에서 금기는 있을 법한 일이 잠시 내 머릿속에서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날 즐겁게 하지요. 좌,우를 갈라야 하고 흑,백을 논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잠시 벗어나 도덕과 금기를 벗어나 무지개 빛 회색지대로 가봅시다. 채리 신드롬은 좋은 만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