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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0 Know your enemy

Know your enemy

끄적끄적 2011.04.20 13:06 Posted by 아일레프



완전경쟁이란 모델, 그리고 그 안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접점인 ‘가격’ 이것이 주는 안정감과 수리적 계산식이 주는 명쾌함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모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 완전경쟁을 굳건한 사실로 받아들이면 우린 눈 앞의 진실에 대면하지 못하게 된다.

현 세계에서 완전경쟁이 ‘모델’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까닭은 그 완전경쟁이 다수의 공급자, 다수의 수요자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모델은 집단 내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 가격에 직접 영향을 가할 수 없는 – 개인을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라서 공급자가 소수이거나 수요자가 소수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다수인 공급자, 수요자 간에 필요 이상의 경쟁이 발생하고 이 경쟁의 법칙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규제 또는 권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순수한 경제학은 오늘날 적용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이 세계 내에 진정 영향을 발휘하는 경제학은 모두 정치-경제학이다.

오늘날 경쟁이란 거의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사실 경쟁은 매우 고통스럽고 지긋지긋하다. 경쟁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경쟁 내부가 아닌 경쟁 외부에서 경쟁을 바라보는 자들이다. 때문에 경쟁에 참여한 경쟁자들은 경쟁의 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수의 공급자 수요자가 아니라 소수의 ‘과점’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물론 그 경쟁의 문을 통과한 자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경쟁을 한다. 하지만 보다 덜 엄격한 경쟁의 법칙이 자리한 그 리그 내에서 그들은 서로의 법칙을 만들고 때로는 서로 간에 연대의식을 쌓아 가기도 하며 우리는 이것을 담합이라 부른다. 담합이란 경쟁자들끼리 “우리 좀 적당히 경쟁하자”라는 약속을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선 죄수의 딜레마를 예로 들며 이 담합이 실제로는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죄수의 딜레마는 절대 소통할 수 없는 분리된 공간의 죄수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곧 철저한 비협력 게임이론이라 그런 것이고 실세계에서 담합의 예는 적지 않다. 어쨋든 그들의 담합은 그들을 두 가지 결론으로 나가게 하는데 하나는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이며 또 하나는 그들이 이미 통과한 경쟁의 문을 좁혀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교묘히 경쟁하고 교묘히 협력한다.

그들은 하위리그의 경쟁을 입법하는 자로서 경쟁의 법칙을 잔인하게 좁혀가면서 본인들은 사디즘적 즐거움을 누리고 일련의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듯 행동하고 있다. 법은 큰 물고기는 놓치고 작은 물고기만을 잡는 그물이라 함은 여기서 기인한다.

사실이 이렇다면 어떤 리그 안에서 경쟁하는 개인은 마땅히 두개의 집단과 마주치고 힘겨루기를 해야한다. 하나는 리그 내 경쟁자들의 집단이며 또 하나는 리그 간 경쟁자들이다. 즉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평적으로는 경쟁하고 있으며, 상위 리그에 대해서는 투쟁하며, 하위 리그는 억압하고 있다.

우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리그 내 경쟁이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향하게 한다며 그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지만 리그 간 경쟁도 사회를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사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21세기의 윤택은 리그 내 경쟁 뿐 아니라 리그 간 경쟁에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상부 리그를 향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저들은 불온하다 하고, 빨갱이라 부르며 그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그들은 현 사회의 질서를 옹호하며 리그 간 투쟁을 행하는 자들의 목소리를 억제한다. 수평적 경쟁은 찬란한 ‘시장’의 이름으로 아릅답게 치장하는 한편 수직적으로 투쟁하는 자들에 대해선 매도하는 전략을 택해 하부 리그의 힘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로 향해 가는 것을 억제하며 스스로 분열하게끔 유도한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들을 도덕이란 단어를 제시하며 폄하할 생각은 없다. 사실 그들의 이런 전략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상부 리그가 하부 리그에게 행하는 전략들이 자연스럽다면 하부 리그가 상부 리그를 향해 투쟁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맘 속에 뜨거운 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여, 그 불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말자.

사회를 최대 이득과 균형으로 이끄는 것은 시장의 기능 뿐 아니라 계급간의 다툼이며, 순환적인 힘겨루기에 있다. 수평적 경쟁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직적인 싸움에 눈 돌리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우리의 적은 그들이 늘 말해왔듯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도 있다. Know your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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