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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7 당신에게 책 읽기란 무엇입니까?

최근에 시간은 넘쳐나는데, 만날 사람들은 없고 해서 주구장창 책을 읽어대고 있다. 엄청난 다독가들에 미치지는 못할 양이지만 적어도 1주일에  2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왜 난 책을 읽는것일까? 하는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하게 되었다. 나는 나만의 짜릿함을 위해 책을 읽는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소통에서 출발되는 기막힌 사건들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연인들 사이의 육체적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교회 부흥회에서따따따따- 라고 말을 하며 신과 일체감을 느끼는 경험일 수도 있다. --- 아쉽게도 그 모든 것들이 착각일 수도 있지만 ---

책을 읽으면서도 그와 동일한 느낌이 올때가 있다.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책이란 매개채로 그 이야기의 창조자와 소통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그가 내 귓가에만 들릴 수 있는 속삭이는 말로 말하기도 하는데 바로 그 때, 그 순간, 나는 짜릿함을 느끼고 하염없이 눈물 흘리게 된다. 나는 바로 그 느낌을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운이 좋으면 10권을 읽었을 때 1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책은 나의 때가 묻은 둘도 없는 나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그들의 독서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보면 3명의 엄청난 다독가의 얘기가 나온다. 난 이 중에서 정혜윤 PD의 다음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저서는 자기복제 같은 면이 있다. 작가의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 성향, 문체 특징이 있는데 어느 순간 독자인 나와 맞는 순간이 있다.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과정이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책을 발견해도 세상에 읽을 책은 너무 많고,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시 읽을 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캐릭터와 현실의 사람들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을 마치다시 친구처럼 본다. 내가 책을 특별히 면밀하게 기억한다면 아마도 그래서 그런 아닐까.”

 

굉장하다. “다시 못 볼 친구처럼 책을 대한다고 한다. 난 이 문단을 읽고 기존의 책보는 습관을 버리고 정혜윤 PD의 저 말을 머리속에 남기며 책을 보려 노력했다. 정혜윤 PD처럼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메모장을 하나 들고 사건의 인과관계를 추적해가면서 인물 관계도를 만들고, 시간 순으로 사건을 나열해보기도 한다. 가능한 많은 ‘?’를 남기고, 작가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지 않으려고 뚫어져라 글을 보던 어느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세계가 열리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책이 잘 읽혀 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소유냐 존재냐의 서평 토익 990 네이티브를 만들지는 못한다 – 소유냐 존재냐 글을 쓴 이경복씨는 책을 읽을 때 지양해야 하는 태도와 바른 책읽기에 대해 권하고 있다. 이 글은 정말 좋은 글이라서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당장 책을 좋아해서 찾아오는 예스24 웹진 칼럼 독자라면 프롬의 이와 같은 통찰은 더욱 의미 있고 중요한 지적이 있겠습니다. 갈수록 독서의 트렌드는 지식에 대한 소유와 과시를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책들은 갈수록 무언가 외워야 듯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XX해야 YY가지 같은 나열형의 주제 배분이 두드러집니다. 이른바 독서가,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많은 이들은 심지어나는 1년에 권을 읽었다.’라는 수치상의 자랑에 목을 매고, 많은 이들이 전체의 맥락보다는 특정 문구와 경구를 외우고 인용하는 목을 매고 있습니다.

이것도 분명 소유 양식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독서일 것입니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행간에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겠지요. 단순히 격언을 외우고, 누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독서가 끝난다면 그것은 책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으로부터 주체를 소외시키는 결과 낳습니다. 프롬이 굳이 소유 양식을 물질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를 예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메시지는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4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놀랍고 기막힌 이야기는 역시나 마지막에 있는 법. 4. 문학적 건망증은 내가 읽어본 단편 중 단연 최고다. 이 단편에서 화자는 어느날 자신의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 즐겁게 읽는다. 너무 좋은 문장이 나와 밑줄을 치려고 볼펜을 들었는데, 그 문장에 이미 밑줄이 쳐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글을 계속 읽어 가는데 또 다시 좋은 문장이 있어 볼펜을 든 순간, 또 그 문장에 누군가가 미리 메모를 해 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놀란다. 그 밑줄과 메모는 바로 화자 자신이 이전에 그 책을 읽고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 화자는 혼란에 빠진다. 열심히 읽은 책이 자신의 기억에서 없다는 것을 알고 비로소나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문장으로 끝맺음을 내는데 내 기억으로는 그 문장이 그래, 난 내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였던 것 같다. 이것은 다음 김훈의 메시지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그러는데, 내가 보니까 책 속에는 길이 없어요. 길은 세상에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책을 읽더라도, 책 속에 있다는 그 길을 세상의 길과 연결을 시켜서, 책 속의 길을 세상의 길로 뻗어 나오게끔 하지 않는다면 그 독서는 무의미한 거라고 생각해요.

 

 

오호라, 소유를 넘어서 존재로 향하는 독서가 바로 그것이구나!

 

 

행간의 의미를 무시한채 멋있고 중요한 문장만을 사진찍듯이 머리 속에 외어, 그럴 듯한 상황에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길을 걷다가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보았을 때, 그리고 삶 가운데 자신이 낸 목소리를 스스로 듣고 “이것은 그 때 도스토예프스키가 내게 준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엔도 슈사쿠가 내게 준 선물이었는데라고 묻득 깨닫고 –- 마치 히카루가 자신이 둔 바둑 안에서 사이를 발견했듯이(주1) –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그 작가와 연결되어 있는 실을 발견하게 된 후, 내 안에 그가 내게 전해준 생각이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 하고 깊이 느끼는 것, 바로 그것에 있구나.

 

 

 

 

 

주1난 이 장면이 고스트 바둑왕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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