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본드

즐거운 책 이야기 2011.02.01 22:10 Posted by 아일레프

베가본드란 만화를 보면 '천하제일'에 자신의 길을 정하고 그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는 한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주인공 무사시는 천하제일에 가까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평화를 외면하고 전장을 택한다. 그는 늘 이기지만 이겨도 이겨도 개운하지 않다. 뭘까. 왜 그럴까. 게다가 이상하고도 놀라운 것은 싸움에 이긴 그는 흔들리고 싸움에 진 사람은 해방된다는 것이다.

난 이 장면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패배를 얻음으로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무사시는 얻은 승리로 인해 계속 싸워야 하고 그것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도대체 왜 싸우는 것인가?

"그걸 몰라서 물어? 강해지기 위해 그렇잖아? 최고가 되기 위해 그래서 그렇잖아?"

그런가? 하지만 '강함'이란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최고라는 것이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 김민기씨는 그의 아름다운 노래 "봉우리"에서 우리가 정말 올라야 할 봉우리는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불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떠서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믿는 허황된 지식과 욕망이 고통을 낳는다."

무사시는 이것을 바보같이 왜 모르는 것일까? 이 만화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무사시에게 이것을 알린다. 네가 쫓는 그것은 사실 없다고. 그 길에서 나오라고. 그 또는 다른 누군가가 그린 허황된 꿈과 헛된 관념을 버리고 진짜 삶을 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을 맺고,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꾸리라 한다. 무사시는 바보같이 왜 이걸 모르는 걸까?

어쩌면 무사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끝을 볼 수 없다. 저 앎은 무사시에게 성급한 깨달음이다. 무사시는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더 가봐야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자신이 가는 그 길은 실체가 있는 그것이라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한다. 결국 '헛됨'으로 증명될 그 길의 끝이 무엇인지 감이 오더라도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거기에 이 이야기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그 후에 그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헛됨'을. '~이 공하다'는 깨달음은 그 길 끝에 서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선물이며 축복이다. 지금의 무사시에게도, 그리고 지금의 내게도 이른 깨달음이다. 좀 더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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